현대 야구는 더 이상 감(感)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선수들의 역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승리의 확률을 높이는 과학의 영역으로 진화했습니다.
특히 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두 가지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투구의 위력을 측정하는 **Stuff+**와 제구의 전략적 정확도를 측정하는 **Location+**입니다.
이 두 지표는 투수의 단순한 결과(ERA)가 아닌, 투구 '과정'의 질을 분석함으로써 투수가 가진 진정한 본질적인 능력을 드러냅니다. 본 글에서는 이 두 지표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투수 평가와 육성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목차
- Stuff+란?
- Location+의 의미
- 구위와 제구, 서로 다른 가치의 만남
- Stuff+와 Location+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평가 기준
- 결론: 투수의 본질을 드러내는 두 개의 숫자

1. Stuff+란?
투수의 공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Stuff+ 입니다.
이 지표는 단순히 구속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구속, 회전수, 회전축, 릴리스 포인트, 궤적의 수직·수평 움직임 등 공의 ‘물리적 특성’을 종합해 계산됩니다. Stuff+의 평균값은 100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100보다 높을수록 리그 평균보다 강한 구위를 가진 것으로 봅니다. 즉, Stuff+가 120이라면 공의 질이 평균보다 약 20% 위력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수치는 Statcast와 같은 트래킹 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공의 궤적이 타자의 스윙 궤도와 얼마나 불일치하는지, 릴리스 타이밍이 얼마나 일정한지 등 실제 타석에서 공이 타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수학적으로 평가합니다. Stuff+는 단순히 “빠른 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떤 투수는 시속 140km대의 공으로도 회전 효율과 궤적의 착시를 통해 타자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지표는 ‘공이 타자에게 얼마나 어렵게 보이는가’를 수치화한 것입니다. 최근 MLB 데이터 분석팀들은 Stuff+를 통해 특정 투수의 구종 가치를 평가하고 트레이드 가치 산정의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포심 패스트볼의 높은 Stuff+는 투수의 장기적인 성공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2. Location+의 의미
Location+는 제구력의 정밀도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스트라이크존 안에 던졌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타자의 성향, 카운트, 투수의 의도, 포수의 미트 위치 등 상황적 요소까지 반영하여
“공을 던져야 할 이상적인 위치”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계산합니다.
평균값은 역시 100이며, 100 이상은 뛰어난 제구, 100 이하일 경우 제구 불안 요소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지표의 핵심은 “정확성”이 아니라 “전략적 위치 선정”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스트라이크라도, 타자의 약점 존에 던진 공과 그렇지 않은 공은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Location+는 이러한 맥락을 수학적으로 보정해, 투수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을 운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제구력 지표로서 Location+가 높다는 것은 투수가 포수의 미트 위치나 타자의 핫존-콜드존을 고려한 전략적 투구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3. 구위와 제구, 서로 다른 가치의 만남
Stuff+와 Location+는 서로 다른 영역의 지표이지만, 두 값의 조화가 투수의 진짜 능력을 결정합니다.
Stuff+가 높다는 것은 공의 위력이 뛰어나다는 뜻이지만, 제구가 불안하다면 그 위력은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Location+가 높더라도 구위가 약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 타자를 제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두 지표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한쪽이 압도적일 수도 있지만,
결국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적절한 균형’입니다.
강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되, 정확한 제구로 불필요한 실점을 막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 Stuff+와 Location+의 조합: MLB 실제 사례
- 극단적인 Stuff+의 승리 (불펜 투수): 라이언 헬슬리(Ryan Helsley)와 같은 강속구 불펜 투수들은 Location+가 리그 평균(100)을 약간 밑돌더라도, Stuff+가 120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를 힘으로 찍어 누릅니다. 불펜 투수의 경우 Stuff+의 가치가 Location+보다 더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균형 잡힌 마스터피스 (선발 투수): 잭 윌러(Zack Wheeler) 같은 리그 최정상급 선발 투수들은 Stuff+와 Location+가 모두 105~110 수준에서 균형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한 구위를 바탕으로 매 이닝 전략적인 투구(하이 패스트볼, 로우 브레이킹 볼)를 구사하며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에이스급 투수의 전형적인 수치입니다.
- Location+의 가치 재조명: 반면, Stuff+는 평범하더라도 Location+가 꾸준히 높은 투수(예: 카일 헨드릭스(Kyle Hendricks))는 정교한 제구와 타이밍 싸움으로 피칭 아트를 보여주며 장수하는 비결이 됩니다. 야구 데이터 분석팀은 이러한 유형의 투수를 '로우 볼륨-하이 아웃풋'의 전략적 가치로 높이 평가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메이저리그와 일부 KBO 구단은 Stuff+와 Location+를 함께 고려한 Pitching+를 내부 지표로 사용합니다.
이는 Stuff+로 공의 질을, Location+로 공의 운용을 평가해 투수의 종합적인 경기 지배력을 정량화한 것입니다.
4. Stuff+와 Location+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평가 기준
전통적으로 투수의 가치는 평균자책점(ERA)이나 탈삼진율(K/9)로 평가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지표는 결과 중심의 통계이기 때문에 운, 수비, 심판 판정 등 외부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반면 Stuff+와 Location+는 “과정 중심 지표” 입니다.
즉, 결과가 아니라 공의 질과 의도된 위치를 분석합니다.
이 덕분에 운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투수 본연의 역량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지표는 스카우팅과 선수 육성에도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구속은 빠르지만 회전 효율이 낮은 투수는 Stuff+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코칭 스태프는 투구 메커니즘을 수정해 회전축을 최적화함으로써 Stuff+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Location+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투수의 제구가 불안정하다면 단순히 “스트라이크 비율”이 아닌,
공의 분포 패턴과 타자의 반응 데이터를 통해 전략적 제구 훈련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결국 Stuff+와 Location+는 투수 평가를 ‘결과 중심의 통계’에서 ‘과정 중심의 과학’으로 이동시킨 혁신적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첨단 지표는 선수 육성 시 공의 물리적 특성 개선에 집중할지,
혹은 투구 전략 훈련에 집중할지를 결정하는 맞춤형 코칭의 기준이 됩니다.
5. 결론: 투수의 본질을 드러내는 두 개의 숫자
Stuff+는 공의 물리적 위력을, Location+는 제구의 정밀도를 보여줍니다.
두 지표는 독립적이지만, 함께 분석될 때 투수의 진정한 경쟁력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제 야구는 단순히 “잘 던졌다”가 아니라 “왜 잘 던졌는가”를 설명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Stuff+와 Location+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정교한 답입니다.
데이터 분석은 인간의 감각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다만 감각으로만 설명할 수 없던 영역을 수치로 보완하고 검증할 수 있게 해줄 뿐입니다.
이 두 지표는 투수가 가진 기술, 감각, 전략, 체력, 그리고 순간의 판단력까지 담아내는 야구 데이터 과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MLB 스카우팅의 미래이자, 투수의 진정한 가치를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가장 정교한 방법론입니다.
'세이버매트릭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6. RE24 (Run Expectancy 24) — 상황별 득점 기대값이란 무엇인가? (0) | 2025.11.07 |
|---|---|
| 25. Clutch — 위기의 순간, 진짜 강한 자를 가르는 지표 (0) | 2025.11.06 |
| 24. WPA (Win Probability Added) — 승리 확률에 기여한 정도 (0) | 2025.11.06 |
| 23. sWAR — Statcast 기반의 차세대 WAR 지표 (0) | 2025.11.05 |
| 21. Pitch Value (구종 가치 분석) – 투수의 무기를 수치로 읽다. (0) | 2025.11.04 |
| 20. WAR (투수 WAR) — 마운드 위에서 ‘대체 불가’의 의미 (0) | 2025.11.04 |
| 19. CSW% - 타자를 압박하는 능력! (0) | 2025.11.03 |
| 18. K/9, BB/9, HR/9 : 투수의 ‘순수 실력’ (0) | 2025.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