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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매트릭스

21. Pitch Value (구종 가치 분석) – 투수의 무기를 수치로 읽다.

by desire2025 2025.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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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투수는 단순히 “공을 던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각기 다른 구종을 조합하여 타자를 제압하고, 경기 흐름을 설계하는 전략가이자 기술자입니다. 그렇다면 투수가 던지는 구종, 예를 들어 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은 실제로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이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표가 바로 Pitch Value (구종 가치)입니다.

 

Pitch Value (구종 가치 분석) – 투수의 무기를 수치로 읽다.

목차

  • Pitch Value란 무엇인가?
  • Pitch Value 계산 방식의 핵심 개념: 득점 기대값 (Run Expectancy)
  • Pitch Value의 다양한 표기 및 활용
  • 구종 가치 해석의 핵심 포인트
  • Pitch Value의 활용 예시와 KBO 환경
  • 마무리 – “좋은 공”은 데이터가 증명한다

 

🎯 Pitch Value란 무엇인가?

Pitch Value는 각 구종이 경기에서 얼마나 득점 억제에 기여했는가를 수치로 환산한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이 투수의 슬라이더는 상대 팀이 득점을 얼마나 못하게 만들었는가?”를 수로 보여줍니다.

Pitch Value는 투구 내용을 돈(Runs, 득점)의 개념으로 환산합니다. 투수가 하나의 구종을 던졌을 때, 그 결과(스트라이크, 볼, 안타, 삼진 등)가 팀의 실점 가능성을 얼마나 낮추었는가를 측정합니다.

FanGraphs와 같은 세이버메트릭스 사이트에서는 이를 주로 pVAL/100 형태로 제공합니다.

  • pVAL/100 (Pitch Value per 100): 해당 구종 100개를 던졌을 때 리그 평균 대비 얼마나 많은 점수를 억제하거나 실점을 유발했는가를 의미합니다.
    • 예시 1: 슬라이더 pVAL/100이 +1.5라면 → 100개의 슬라이더로 약 1.5점의 실점을 줄였다는 의미입니다.
    • 예시 2: 포심 pVAL/100이 –0.8이라면 → 100개의 포심이 오히려 리그 평균보다 약 0.8점의 실점을 더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입니다.

📊 Pitch Value 계산 방식의 핵심 개념: 득점 기대값 (Run Expectancy)

Pitch Value는 기본적으로 Run Expectancy (득점 기대값) 모델을 활용하여 계산됩니다. 득점 기대값은 현재의 주자 상황(Base State)과 아웃카운트를 기준으로, 해당 이닝이 끝날 때까지 팀이 평균적으로 몇 점을 낼 수 있는지를 미리 예측한 값입니다.

 

아웃카운트 주자 없음 1루 1, 2루 만루
0 아웃 0.51 0.89 1.41 2.15
2 아웃 0.11 0.23 0.49 0.85

(※ 실제 값은 매년 리그 환경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Pitch Value의 계산 원리

  1. 투구 전 기대값 측정: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의 득점 기대값을 측정합니다. (예: 0 아웃, 주자 없음 상황 = 0.51점)
  2. 투구 후 기대값 측정: 투수가 공을 던진 후 상황 변화에 따른 득점 기대값을 측정합니다. (예: 포심을 던져 삼진(아웃) → 1 아웃, 주자 없음 = 0.28점)
  3. 가치 산출: (투구 전 기대값) - (투구 후 기대값) = 득점 기대 감소량이 됩니다.
    • (0.51점) - (0.28점) = +0.23점의 득점 억제 가치를 창출했습니다.
  4. 평균화 및 환산: 이 득점 기대 감소량의 합을 해당 구종의 총 투구 횟수로 나누어 평균을 낸 후, 100개 기준(pVAL/100)으로 환산합니다.

즉, 많이 던지면서도 타자를 삼진시키거나 범타를 유도하여 상대의 득점 기대값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구종일수록 Pitch Value가 높게 나옵니다.

⚙️ Pitch Value의 다양한 표기 및 활용

pVAL/100 외에도 Pitch Value는 다양한 기준으로 측정되고 활용됩니다.

지표 정의 활용
pVAL/C Pitch Value per Count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었는가를 측정. 주로 제구력 평가에 사용.
Total pVAL 총 구종 가치 해당 시즌 특정 구종이 팀에 기여한 총 득점 억제 가치 (볼륨 지표). (예: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총 +15점의 가치를 창출했다.)
wOBA/Pitch 가중 출루율 per Pitch 투구 횟수 대비 허용한 타구의 질을 wOBA(가중 출루율)로 환산하여 구종의 효율성을 측정.

 

🧠 구종 가치 해석의 핵심 포인트

Pitch Value를 해석할 때는 단순히 수치가 높은 구종만을 최고로 꼽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없습니다. Pitch Value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1. 빈도와 가치의 균형 (Volume vs Quality):
    • 아무리 pVAL/100이 높아도, 던지는 비중이 5% 미만인 구종(예: 스플리터)이라면 실제 경기 영향력은 제한적입니다.
    • 반대로, pVAL은 리그 평균 수준이지만 자주 던지는 구종(예: 포심)은 경기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며, 다른 구종의 효율을 높이는 '셋업 피치(Setup Pitch)'로서의 가치가 큽니다.
  2. 구종 조합의 시너지 효과:
    • Pitch Value는 개별 구종의 성능이지만, 실제로는 구종 간 '터널링(Tunneling)'과 시너지에 의해 가치가 강화됩니다.
    • 예를 들어, 높은 회전수로 타자의 눈높이까지 솟아오르는 듯한 포심(High-Spin Fastball)과 그 포심과 같은 궤적에서 갑자기 꺾이는 슬라이더 조합은 타자의 타이밍을 완전히 무너뜨려 두 구종 모두의 가치를 높입니다.
  3. 상황별 투구 전략 반영:
    • 투수가 득점권 상황에서 특정 구종으로 삼진을 잡거나 땅볼을 유도했다면, 그 구종의 가치는 주자 없을 때의 가치보다 훨씬 높게 계산됩니다. 즉, Pitch Value는 투수의 위기관리 능력까지 반영합니다.

⚾ Pitch Value의 활용 예시와 KBO 환경

Pitch Value는 현대 야구에서 투수를 평가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실용적인 도구입니다.

1. 프런트와 스카우트의 활용

  • 투수 리빌딩: 구속보다 구종 가치가 낮은 원인을 찾아, 그립, 릴리스포인트, 회전수 등 기술적 요소를 조정하여 개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체인지업의 pVAL이 낮다면 회전축(Spin Axis)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진단합니다.
  • 트레이드 가치 평가: 신인이나 마이너리그 투수의 경우, WAR이 낮더라도 특정 구종의 pVAL이 매우 높다면, 그 투수는 잠재적인 에이스로 분류되어 높은 트레이드 가치를 갖습니다.

2. KBO 리그의 구종 분석 환경

MLB에서는 Statcast 기반으로 투구의 무브먼트(움직임), 회전수, 회전 효율(Spin Efficiency) 등이 정밀하게 측정되어 Pitch Value 계산에 활용됩니다.

KBO는 최근 트래킹 데이터(Hawk-Eye 등)가 도입되고 있으나, 아직 MLB처럼 모든 구단의 데이터가 완전하게 대중에게 공개되지는 않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KBO에서는 Pitch Value가 주로 팀 단위의 내부 분석(프런트 오피스)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향후 KBO 역시 트래킹 데이터 공개가 확대되면, 구종 가치 지표는 국내에서도 더욱 정밀하게 활용될 것이며, 선수들의 연봉 협상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 마무리 – “좋은 공”은 데이터가 증명한다

Pitch Value는 단순히 “이 공이 좋다”는 감각을 수치로 증명해주는 지표입니다. 과거에는 투수의 ‘감각적’ 판단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투수의 경쟁력은 구속이 아니라 '구종의 가치'에서 나옵니다. Pitch Value는 현대 세이버메트릭스 시대의 투수 성능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로서, 투수의 현재 실력뿐 아니라 미래의 잠재력을 읽어내는 가장 중요한 도구입니다. 이 지표를 이해하는 것은 곧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펼치는 고도의 심리전과 기술적 우위를 이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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