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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매트릭스

18. K/9, BB/9, HR/9 : 투수의 ‘순수 실력’

by desire2025 2025.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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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야구에서 투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더 이상 승수나 평균자책점(ERA)으로만 평가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수비 환경과 운의 요소를 배제하고, 투수의 **순수한 능력(Talent)**을 측정하려는 세이버메트릭스의 철학이 지배적입니다. 이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여러 지표들 중 K/9, BB/9, HR/9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지표는 **DIPS(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istics, 수비 무관 투구 기록)**의 핵심 요소로, 투수가 자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아웃카운트, 출루, 실점 위협을 수치화합니다.

 

K/9, BB/9, HR/9 : 투수의 ‘순수 실력’

 

목차

  • K/9 – Strikeouts per 9 innings (9이닝당 삼진 수)
  • BB/9 – Walks per 9 innings (9이닝당 볼넷 수)
  • HR/9 – Home Runs per 9 innings (9이닝당 피홈런 수)
  • 세이버메트릭스에서의 활용: FIP와 투수 WAR의 근간
  • 결론: 균형 있는 피칭의 가치

 

1. K/9 – Strikeouts per 9 innings (9이닝당 삼진 수)

K/9는 **'투수가 9이닝을 던졌을 때 기대되는 삼진 개수'**를 의미합니다. 이는 투수의 **구위(Stuff)**와 경기 지배력을 측정하는 가장 직관적이고 강력한 지표입니다.

🔎 K/9의 정의 및 계산식

삼진은 타자가 공을 배트에 맞추지 못하고 물러나는 가장 확실한 아웃카운트이며, 수비수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는 투수의 온전한 성과입니다.

 

K/9 = 심진총합 ÷ 투구이닝

 

가치 평가: K/9은 투수가 타자를 얼마나 압도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빠른 패스트볼의 구속, 브레이킹볼의 회전수와 예리함, 그리고 결정구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K/9이 상승합니다.

  • 9.00 이상: '삼진 머신', 1이닝당 1개 이상의 삼진을 잡는 리그 최상위 파워 피처.
  • 8.00 이상: 상위권 에이스급 투수.
  • 6.00 이상: 리그 평균을 상회하는 안정적인 탈삼진 능력.

KBO 역대급 사례: KBO 리그에서 규정 이닝 기준 단일 시즌 최고 K/9 기록은 **2015년 에릭 해커(NC)**의 10.36 또는 **2014년 앤디 밴 헤켄(넥센)**의 9.75 등이 대표적입니다 (해당 시즌의 리그 투고/타고 성향에 따라 수치는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이 투수들은 압도적인 구위와 패턴으로 타자들을 직접 제압했음을 숫자가 증명합니다.

 

2. BB/9 – Walks per 9 innings (9이닝당 볼넷 수)

BB/9은 **'9이닝 기준으로 허용한 볼넷 개수'**를 뜻하며, 이는 투수의 제구 안정성피칭 전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지표입니다.

🔎 BB/9의 정의 및 계산식

볼넷은 투수가 타자와의 승부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출루이며, 수비수들이 관여할 수 없는 투수의 100% 책임 영역입니다. 세이버메트릭스에서는 볼넷을 **'투수의 리스크 지수'**로 간주합니다.

참고: 볼넷(BB)을 계산할 때 몸에 맞는 볼(HBP, 사구)은 일반적으로 제외하며, 사구까지 포함하는 지표는BB+HBP등으로 따로 언급됩니다.

 

BB/9 =  볼넷 총합 ÷ 투구이닝 × 9

 

 

가치 평가: 볼넷은 실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투구 수를 급격히 증가시켜 투수 교체를 앞당깁니다. 따라서 BB/9이 낮을수록 투수의 효율성과 안정성은 높게 평가됩니다.

  • 3.00 미만: 매우 우수한 제구력.
  • 4.00 이상: 제구 불안으로 분류되며, K/9이 높더라도 불안정한 투수로 평가됩니다.

KBO 역대급 사례: 선동열 투수는 통산 BB/9 1.48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그가 압도적인 구위뿐만 아니라 극도로 정교한 제구력까지 갖춘 '완벽한 투수'였음을 보여줍니다. 현대 야구에서는 **양현종(KIA)**처럼 노련한 제구력으로 3.00 미만을 꾸준히 기록하는 투수들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 K/BB (삼진/볼넷 비율)의 중요성

K/9과 BB/9의 비율을 나타내는 K/BB 지표는 이 둘의 균형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K/BB는 **'투수가 볼넷 하나를 내주는 동안 삼진을 몇 개 잡았는가'**를 의미합니다, 

 

K/BB = 삼진 ÷ 볼넷

  • 4.0 이상: 리그 최상급의 효율적인 피칭.
  • 2.0 이하: 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비효율적이며, 제구 불안이 투구의 질을 떨어뜨림.

 

3. HR/9 – Home Runs per 9 innings (9이닝당 피홈런 수)

HR/9은 **'9이닝 기준으로 허용한 홈런 개수'**를 뜻합니다. 홈런은 수비와 관계없이 즉시 실점으로 연결되며, 한 번의 실투로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 있기에, HR/9 관리는 투수의 실점 억제력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 HR/9의 정의 및 계산식

HR/9 = 피홈런 총합 ÷ 투구이닝 × 9

 

 

가치 평가: HR/9은 투수의 구질이 얼마나 타자를 속이지 못하고 정타(배럴 타구)를 허용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낮은 HR/9은 투수가 땅볼이나 뜬공 등 타구의 각도(Launch Angle)를 효과적으로 제어했다는 의미입니다.

  • 1.00 미만: 장타 억제 능력이 안정적이며, 리그 평균을 상회.
  • 1.50 이상: 장타 허용 위험이 높으며, 피칭 메커니즘이나 구종 조합에 대한 심각한 점검이 필요함.

KBO 역대급 사례: KBO 역대급 투고 시즌이었던 1990년대에는 HR/9이 매우 낮게 형성되었으나, 현대의 타고투저 환경에서는 1.00 미만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HR/9은 리그의 득점 환경을 반영하는 **파크 팩터(Park Factor)**와 함께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4. 세이버메트릭스에서의 활용: FIP와 투수 WAR의 근간

K/9, BB/9, HR/9 이 세 지표가 세이버메트릭스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와 **투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계산하는 핵심 입력값이기 때문입니다.

 

🧠 FIP의 탄생과 K/9, BB/9, HR/9의 관계

2000년대 초반, **톰 탱고(Tom Tango)**는 **보로스 맥크라켄(Voros McCracken)**의 DIPS 이론을 바탕으로 FIP를 고안했습니다. FIP의 기본 전제는 **투수가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 타구(BABIP)**의 영향을 배제하고, 통제 가능한 세 가지 결과(삼진, 볼넷, 홈런)만을 통해 투수의 순수한 실력을 ERA 스케일로 환산하는 것입니다.

 

FIP = (((13 × HR) + (3  × (BB + HBP)) - (2 × K)) ÷ IP ) + Constant (상수)

 

FIP 계산식 분석:

  1. HR (피홈런): 득점 가치가 가장 높으므로, 계수 13으로 가장 크게 반영됩니다 (HR/9).
  2. BB + HBP (볼넷 + 사사구): 출루에 대한 리스크로, 계수 3으로 반영됩니다 (BB/9).
  3. K (삼진): 아웃카운트를 잡는 긍정적 요소로, 계수 -2로 반영되어 FIP를 낮춥니다 (K/9).

여기서 **Constant(상수)**는 FIP의 최종 결과가 그 해 리그 평균 ERA와 비슷한 스케일을 갖도록 맞추어 주는 보정값입니다. 결국 FIP는 K/9, BB/9, HR/9을 가중치를 부여하여 조합한 투수 능력의 종합 방정식인 것입니다.

 

🔍 세 지표를 통한 투수 유형 분류

이 세 지표의 균형을 통해 투수의 성향을 명확히 분류할 수 있습니다.

유형 K/9 BB/9 HR/9 특징
파워 피처 ↑ 높음 ↑ 높음 ↓ 낮음 삼진은 많지만, 공격적인 피칭으로 볼넷 허용도 잦음. (예: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하는 젊은 투수)
컨트롤 피처 ↓ 낮음 ↓ 낮음 ↓ 낮음 볼넷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맞춰 잡는 피칭으로 홈런도 적게 허용. (예: 노련한 베테랑 선발 투수)
리스크 피처 ↑ 높음 ↑ 높음 ↑ 높음 구위는 좋지만 제구 불안으로 볼넷과 홈런 모두 높음. (예: 기복이 심한 강속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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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균형 있는 피칭의 가치

K/9, BB/9, HR/9은 투수의 성향과 순수 실력을 수치로 드러내는 세이버메트릭스의 기본 중 기본입니다. 이 세 지표는 단순히 각각의 누적 기록이 아니라, **"피칭 전략", "위험 제어력", "위기 관리 능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통합 지표로 이해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K/9은 높고, BB/9과 HR/9은 낮은 투수가 수비와 운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아웃카운트를 창출하며 안정적으로 실점을 억제하는 **"진짜 에이스"**입니다. 야구 팬이라면, 단순한 평균자책점(ERA)보다 이 세 가지 DIPS 지표의 균형을 먼저 확인해보는 습관을 통해 투수의 진정한 가치를 해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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