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BABIP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운인가, 실력인가?

야구를 보다 보면 이런 말이 자주 들립니다.

“요즘 타구는 좋은데 운이 없네. 수비 정면으로만 가네.”

 

정확히 맞힌 타구가 수비수 정면으로 가기도 하고, 어설픈 타구가 수비수 키를 넘겨 안타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타자가 아무리 잘 쳐도 안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운이 나쁜 것일까요, 아니면 타격 실력이 부족한 것일까요?

세이버매트릭스는 이런 **‘운의 영역’**과 **‘실력의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BABIP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이라는 지표를 만들어냈습니다.

BABIP은 타자가 실내 야구장에서 치는 것이 아니라, 필드 위에서 수비수들의 배치와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는 현실을 반영하여 '운'과 '실력'의 경계선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목차

• BABIP란 무엇인가? -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
• BABIP이 의미하는 것: 운과 실력의 경계
• BABIP으로 성적을 예측하다
• KBO 2024 시즌 BABIP 극단치 비교
• BABIP이 말해주는 진짜 의미
• 결론 : BABIP은 진실을 말한다

 

⚾ BABIP란 무엇인가? -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

1. 정의 및 공식

BABIP은 직역하면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입니다. 즉, 홈런과 삼진을 제외하고 필드 안에 떨어진 타구(인플레이) 중 안타가 될 확률을 나타냅니다.

BABIP = (안타 - 홈런) ÷ (타수-삼진-홈런+희생플라이)

• 홈런과 삼진 제외 이유:
  • 홈런: 수비수가 잡을 수 없는 **'무조건적인 안타'**이므로 운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 삼진: 공이 수비수에게 도달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아웃'**이므로 운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 핵심: BABIP은 오직 수비수들이 움직여서 공을 잡거나 놓칠 수 있는 '인플레이' 상황만을 측정합니다.

2. 리그 평균과 해석 기준

• 리그 평균: 일반적으로 KBO를 포함한 모든 프로리그의 BABIP 평균은 0.290 ~ 0.310 전후에서 형성됩니다. 이는 10번 인플레이 타구를 날리면 평균적으로 3개 정도 안타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 일반적인 경향:
  • 0.330 이상: '운이 좋은' 시즌이거나, 타구의 질이 극도로 좋은 시즌으로 봅니다.
  • 0.270 이하: '불운한' 시즌이거나, 타구의 질이 매우 낮아 쉽게 수비에 잡히는 시즌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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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BIP이 의미하는 것: 운과 실력의 경계 

BABIP이 평균을 크게 벗어났을 때, 그것이 **'운'**인지 아니면 **'실력'**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세이버매트릭스 분석의 핵심입니다.

1. BABIP의 '운' 영역 (랜덤성)

단기적으로 BABIP이 높거나 낮은 것은 **운(Random Variance)**이 크게 작용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 행운의 타자: 평균 이하의 느린 타구가 수비수 사이로 계속 빠져나가 BABIP이 0.380까지 치솟는 경우.
• 불운의 타자: 평균 이상의 강한 타구가 수비수 정면, 특히 시프트(수비 위치 조정)된 곳으로 계속 향하여 BABIP이 0.250까지 떨어지는 경우.

하지만, BABIP은 시즌이 길어질수록 리그 평균(0.300)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2. BABIP의 '실력' 영역 (지속성)

BABIP이 꾸준히 평균보다 높은 타자는 단순한 운이 아니라, 타격 실력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력 요소	BABIP에 미치는 영향	설명
강한 타구 (Hard Hit%)	↑↑	타구 속도가 빠르면 수비수가 반응할 시간이 줄어듭니다.
라인드라이브 타구	↑↑	땅볼이나 뜬공보다 안타가 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타구 방향 분산 (Spray)	↑	타구를 좌/우/중앙으로 고르게 보내 시프트(Shift) 수비를 무력화합니다.
빠른 주루 능력	↑	느린 땅볼도 주력으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 BABIP을 끌어올립니다.

 

결론적으로, BABIP은 '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타구의 질(Quality of Contact)'과 '주루 능력'이라는 타자의 진짜 실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됩니다.

 

📉 BABIP으로 성적을 예측하다

BABIP은 타자의 현재 타격 성적이 **'거품'**인지 아니면 **'억울하게 저평가'**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미래 예측 지표로도 활용됩니다.

1. 과대평가 판단 (BABIP이 비정상적으로 높을 때)

• 상황: A 타자의 타율이 0.350인데, BABIP이 0.400을 넘는 경우.
• 해석: 이는 타자의 **실제 타격 능력(Hard Hit% 등)**에 비해 운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따랐다는 뜻입니다. 세이버매트릭스는 이 선수의 다음 시즌 타율은 평균($\approx 0.300$)에 가깝게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2. 과소평가 판단 (BABIP이 비정상적으로 낮을 때)

• 상황: B 타자의 타율이 0.240으로 부진한데, BABIP이 0.250으로 매우 낮은 경우.
• 해석: 이 선수는 좋은 타구를 치고도 수비 정면으로 가는 불운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의 실제 타격 실력은 타율보다 높다고 판단하며, 조만간 BABIP이 평균으로 돌아오면서 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BABIP은 타자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을 판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 KBO 2024 시즌 BABIP 극단치 비교 

다음은 2024 시즌 KBO에서 BABIP의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며 **'운과 실력의 경계선'**에 있던 선수들의 실제 기록을 비교한 것입니다.

선수 (2024 시즌)	타율	BABIP	평가	해석 (지속 가능성)
최형우 (KIA)	0.302	0.347	매우 높음	베테랑의 뛰어난 선구안과 타구 분산 능력이 반영된 실력형 고BABIP으로 판단.
문보경 (LG)	0.35	0.38	극단적으로 높음	시즌 초반 행운이 많이 따랐으며, 다음 시즌에는 타율이 하락할 가능성을 예측.
전준우 (롯데)	0.28	0.26	매우 낮음	타구 질에 비해 불운을 겪은 것으로 판단. 타율이 0.300 근처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예측.
김혜성 (키움)	0.315	0.31	평균 수준	BABIP이 타율과 거의 같아 타격 능력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안타를 만들어냈음을 의미.

• 참고: 위 데이터는 2024 KBO 스탯티즈(STATIZ) BABIP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BABIP이 운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실력으로 전환되는 선수들(최형우, 김혜성)**은 다음 시즌에도 꾸준한 성적을 기대할 수 있으며, BABIP이 지나치게 높았던 선수들은 타격 기술의 변화가 없다면 성적이 하락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 BABIP이 말해주는 진짜 의미

BABIP은 타자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을 판단할 때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타율이 0.350인데 BABIP이 0.420이라면,
“운이 따라준 시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타율 0.310에 BABIP 0.320이라면,
이는 꾸준히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진짜 실력형 타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BABIP은
“이 선수의 성적이 내년에도 이어질까?”를 예측하는 지표로도 활용됩니다.

 

BABIP	평가	의미
.270 이하	불운 / 타구 질 낮음	약한 타구, 수비 정면
.290~.310	평균 수준	안정적 타격
.330 이상	행운 / 타구 질 우수	강한 타구 or 빠른 주자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지속성입니다.
BABIP이 일시적으로 높다고 해서 좋은 타자라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그건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만든 BABIP이 됩니다.

 

📖 결론 : BABIP은 진실을 말한다

BABIP은 운과 실력의 경계선에 있는 지표입니다. 단기적인 **'운'**을 반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타구의 질'**과 **'주루 능력'**이라는 타격의 본질을 보여주며 선수의 성적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게 해줍니다.

타율은 결과지만, BABIP은 그 결과가 얼마나 반복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예고편입니다. 좋은 타구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선수는 BABIP이 높게 유지되고, 그것이 바로 **‘진정한 타격 실력’**이기도 합니다.